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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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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 후견제도(박건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4-05
조회 49701

성년 후견제도

 

고려대 의과대학 신경과 박건우

 

알츠하이머치매로 다니시던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젊은 시절 어느 정도의 유산을 받아 부유하게 살아오셨지만 남편과 사별하고 자식도 없었다. 버는 돈이 없어 재산도 점차 줄어가고 있었고, 부양의무자가 없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되어 생계 급여를 받고 있었다.

치매 초기라서 자신의 걱정을 이야기 하였다. “내가 조금 가진 돈이 있고 나라에서 얼마만큼 돈도 나오는데, 내 치매 증상이 계속 나빠지면 나는 누구에게 의지해야 하나요?”

 

나라에서는 다양한 사회복지 혜택을 이런 분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요양 즉, 잘 돌봄을 받을 수 있게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있어, 이 분이 치매등급을 받으면 요양보호사가 파견을 나가게 된다. 증상이 심해지고 요양등급을 좀더 상위로 받게 되면, 요양보호사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게 되고 최대 4시간의 돌봄 서비스를 받게 된다. 혼자서 계시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요양원 등의 시설을 이용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를 받기 위해 신청도 하고 병원도 가려면 그것을 도와주는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분에게는 보호자가 없었다.

 

매달 들어오는 기초생활자를 위한 급여도 은행에 가서 찾아와야 하는 데, 할머니의 병이 더 깊어지면 은행 일을 보기가 어렵게 되어 생활비 수령이 어렵다. 있는 재산도 처분 하려고 해도 정당한 계약 조건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 분은 어찌해야 할까? 모든 복지 혜택과 의료 보장 혜택은 본인이 스스로 판단하고 도움을 청해야 하고 수속을 밟아야 하는데 인지능력이 떨어진 분들에게는 그림의 떡이 아닌가? 정말 이분에게는 약을 처방하는 것 보다 믿을 수 있는 도울 사람을 찾아 드리는 것이 더 중요한 처방일 것이다.

 

그 해결책 중의 하나가 성년후견제도이다. 성년후견제도에서 후견인은 성인이 판단 능력이 부족해 크게 손해 보는 법률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취소하거나, 판단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대신해 법률 행위(물건을 사고 파는 일, 병원가는 일, 은행 일 등)를 함으로써 인지장애가 있는 성인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할머니의 안타까움을 덜어 드리기 딱 좋은 제도이다. 국가에서 후견인을 지정해 주고 그를 통해 할머니를 돕도록 하는 제도인 것이다.

성년후견인제도의 도입에 대해 정리한 보건복지부 2013624일자 보도 자료를 살펴보자.

성년후견제도의 도입 이전에는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을 위한 제도로서 금치산·한정치산제도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 제도는 경제적 문제에 대한 지원에 국한된 제도이고 후견인의 임무수행에 대한 실질적인 감독도 어려웠으며 금치산·한정치산의 선고사실이 가족관계등록부에 그대로 공시되어 개인정보가 침해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 때문에 현실적으로 거의 이용되지 않았습니다.

 

성년후견제도는 위와 같은 금치산·한정치산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사무처리 능력에 도움이 필요한 성인의 재산보호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거주지 결정 등 신상에 관한 폭넓은 지원이 이루어지고 가정법원 또는 후견감독인에 의한 실질적인 후견업무의 감독이 가능해졌으며 후견과 관련한 별도의 등기제도를 운영하여 후견인 선임여부에 대한 개인정보도 보호됩니다.“

 

좀 어려운 이야기가 쓰여져 있지만 짧게 요약하면 할머니의 권리는 최대한 지켜주고, 자신의 법률적 행위 및 복지 혜택 이용을 후견인을 통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후견인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큰일이기 때문에 후견인의 권한은 미리 법적으로 정하고 후견인은 제 3자인 후견감독을 받게 된다.

 

할머니는 한국치매협회의 도움을 받아 임의 후견인을 선정하였다. 신체적 어려움에 대한 돌봄은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요양 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금전적, 복지적, 법률적 권리 행사는 후견인을 통해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할머니는 사회적 가족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안타까운 것은 이 제도가 20137월부터 시행되었다는 것을 아는 국민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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